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교실 맨 앞줄
김성일·정소연 외 | 돌베개 | 228쪽 | 1만2000원| 김시형 그린북 에이전시 대표
아이가 얼마 전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다.몇년 전부터 자퇴를 하고 싶다 했지만‘남들 다 다니는’공교육에서 벗어나면 어떤 가시밭길이 펼쳐질지 몰라 좀 더 고민하라고 했고,이수근 토토아이는 버텼다.좋아하는 과목 한정 백점을 맞고 수행평가를 성실히‘수행’했다.
그런데 결정타는 공부가 아니었다.학년 초,반에서 같이 점심 먹는 친구들이 생겼다며 기뻐하던 아이는,두어 달 후 거무죽죽한 표정이 돼서 집에 왔다.채팅방에는 끼워주는데 같이 놀지도,공부하지도 않는다면서.자기 없이 분식집이나 뽑기방에 간 사진들이 셋로그에 올라올 때는 말수가 적어졌다.같이 급식실로 가는 횟수는 줄어들고 대화에 끼워주지 않았다.자기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면 뭘 고치면 될지 알고 싶다고 울기도 했다.아침이면 “엄마,학교 누가 폭파 안 시킨대요?오늘 교문 안 열려서 아무도 못 들어간다고 연락 안 왔어요?”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해댔다.
여름 방학 직후 있었던 성교육 수업은 고민에 종지부를 찍었다.교육부가‘혐오·차별 표현 예방 및 대응 안내자료’에서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삭제해 논란이 된 지 2~3일 후였다.수업을 맡은 교사는 비교적 객관적인 학습자료를 보여줬다고 한다.문제는‘선생님 개인적 의견’을 보태기 시작했을 때 일어났다.성소수자란 어릴 적 큰 충격이나 상처를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고,슬롯형낙태는 아기와 산모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는 거니 상처 주지 말고 살자고 했다나.이때 나는 참으라고 하지 못했다.우리는 학교를 포기했다.자퇴 절차를 마치기까지 아이는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교사의 수업을 몇번 더 들어야 했다.
<교실 맨 앞줄>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연들로 채워져 있다.그중 정소연의 표제작에는 내 아이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주인공이 나온다.네모반듯한 교실 맨 앞줄에서 잘못 찍힌 점처럼 사는 주인공은 수업시간에만 고개를 들고 쉬는 시간에는 엎드린 채 죽은 듯이 지낸다.그러다 교실이 부서지는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어쩔 수 없이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.주인공은 날아갈 것 같은 심정을 넘어서 정말 의자 위에서 붕 날아오른다.어리둥절해하는 주인공을 보며 반 아이들과 담임은 누가 교실을 부쉈는지 깨닫는다.
아이들이 못 부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.수틀리면 그냥 날아갈 수 있다.텅 빈 학교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교사 개인 의견 같은 건 넣어두자.